Gustavo Dudamel & Simón Bolívar Youth Orchestra 0

오후 2시에 예술의전당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 왔다. 프로그램은 미국의 유명한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 교향적 무곡”(Symphonic Dances from “West Side Story”)과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Symphony No. 1 in D major “Titan”)이었다.1
오늘의 연주는 한 마디로 젊은이들의 연주였다. 자유분방하고 열정이 넘치는 해석은 두다멜의 손끝에서 나와 단원들의 연주로 드러났다. 고상하고 틀에 박힌 연주라기보다는 자유롭게 느낀 것 그대로 표현하는 그들의 뜨거운 연주를 보면서 “클래식 음악은 결코 부유한 사람만이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템포 변화가 심한 부분도 있었지만 지휘자가 밀어붙인다기보다 함께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의 호흡과 단원들의 연주 실력 또한 대단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유려한 선율을 들려준 현악 파트, 어려운 곡을 깔끔하게 연주해 준 금관 · 목관 파트, 첫 곡에서는 다양한 리듬을, 두 번째 곡에서는 강렬한 임팩트를 느끼게 해 준 타악 파트, 그리고 (템포를 너무 올려 잡았는지 가끔 금관이 못 따라오기도 했지만) 포디움에서 뛰어오르기도 하는 열정적인 두다멜의 지휘를 놓치지 않고 잘 따라온 단원들 모두 외국의 프로 오케스트라와 비교할 만했다. 특히 첫 곡에서 놀라운 연주를 보여준 퍼쿠셔니스트와 두 번째 곡에서 유려한 솔로 연주를 보여줬던 플루티스트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한 가지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첫 곡이 끝나고 나서 있었던 정적이었다. 지휘자의 손이 완전히 내려가기까지 약 1분 동안 마치 토니와 싸움에 희생된 젊은이를 추모하는 것 같이 숨소리 하나 없는 정적 덕분에 조용히 사그러든 피날레의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정말로 시간이 멈추고 심장이 멎은 듯한 느낌이었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될까?2
앙코르는 총 두 곡이었는데, 1부 곡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 교향적 무곡” 중에서 “맘보”와 남미의 작곡가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에스탄시아(Estansia)” 중 “마지막 춤: 말람보(Danza finale: Malambo)”였다. BBS Proms 2007에서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이 곡에 혹해서 티켓을 충동구매하신(?) 분들도 꽤 계셨을 것 같다.
Mambo!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이 젊은 지휘자의 공연을 보면서 나는 자꾸 번스타인이 떠올랐다. 첫 번째 곡은 번스타인이 작곡하고 자작자연까지 남긴 곡이니 두 말 할 것도 없고, 두 번째 곡은 40여년 전 번스타인과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를 시작으로 붐이 일어나게 된 말러의 교향곡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두 지휘자는 자유분방하고 개성 있는 해석, 포디움에서 점프를 할 정도로 열정적인 지휘도 닮았다. 두다멜의 연주는 가끔 넘치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앙상블이 흐트러지기도 했지만, 이제 서른도 안 된 지휘자에게 예순의 노련함을 바라는 것 또한 무리일 것이다.
나중에 10년이나 20년쯤 뒤 두다멜이 번스타인만큼 유명해진다면 오늘을 다시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P.S. 오케스트라 단원이 예술의전당 무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았다. 대략 150명쯤 되었다고 하던데, 현을 많이 늘렸는데도 확실히 금관 음량이 크더라. 아마 합창석에서 들으셨던 분들은 금관과 타악 때문에 현을 거의 못들으셨을수도…
P.S. 오늘 공연이 콘서트(Concert)보다는 퍼포먼스(Performance)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정석적인 연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늘 공연에 약간 실망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두다멜의 해석(과 지휘 동작)이 화려한 편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블로그 이전 0
블로그를 이전했습니다. 새 블로그는 워드프레스를 이용해서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블로그 툴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외국의 블로그 툴을 사용해보고 싶기도 했고, 아직 다양한 글을 정리하는 측면에서는 계층적(Hierarchical) 글 관리를 지원하는 워드프레스가 좀 더 편한 것 같아서 옮겨왔습니다. (사실 거의 핵실험장이 되어버린 제 블로그와 중요한 글을 분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이기도 합니다만…)
여태까지 이전 블로그에서 사실을 다루었다면, 이 블로그는 제 생각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하려고 합니다.1 아마 글이 좀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라 앞으로 글감이 더 없어지지 않을까 살짝 걱정되기도 합니다만, 꾸준히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예전에 Creorix라는 닉네임을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실명인 ‘안준환’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닉네임 발음이 길고 익숙하지 않아서 부르기가 어려운데, 그렇다고 새로 닉네임 짓기에는 머리가 아파서…) 개발 관련해서 예전에 사용하던 닉네임이 남아 있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앞으로는 닉네임을 될 수 있는 한 사용하지 않을 예정입니다.